권영준(남편)이 없는 세상

꽃이 눈물일 줄은,,,,

L일순 2018. 4. 7. 10:33


꽃을 좋아 하던 할배 산소에 심을려고 모란장에서 두 포트 사온 작은 수선화가 이리 예쁘게 꽃을 피웠는데

꽃을 바라보는게 눈물일줄이야,,,ㅠ


할배 떠난지 두 달여 동안

이 세상 살다간 흔적을 지우는 일을 했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하던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지만

49제 동안은 오직 49제에 집중하느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었고


그리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주민등록 삭제 하는 일

그것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기에 늦게,,,더 늦게 먼 훗날 하고 싶었지만 서둘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다음 자동차 정리

나는 운전을 못하니 차가 있어도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것인데

그래도 두고 바라보기라도 하고 가끔씩 차 안에 혼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곳으로 남겨두고 싶었지만

그도 재산이라고 세금을 내야 하고 보험을 들어야 하고 하니 마음 아프지만 정리 할 수 밖에...

년식이 오래된 경유차라 조기 폐차 대상이라고 해서

상속이전등기를 하고 폐차신청을 하고

무식하고 인지력 떨어지는 늙은이라 더듬 더듬 하면서 신경 씌였는데 마음씨 좋은 담당 공무원을 만나 무사히 잘 처리했다



그런 일들을 하고

오랜만에 기분전환도 될까 싶고 필요한 것 구매할 것도 있어 성남에 5일장인 모란장을 갔다가 온통 눈물 바람을 하고 왔다

모란장은 겨울동안 장소를 약간 옆으로 이동 하였는데

옮겨 간 곳을  같이 가보지 못해 그도 눈물

같이 보던 모든 것들이 모두다 눈물 쏟아지게 하는 것 들 뿐

그도 나도 좋아 하던 꽃들을 보면서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한참을 진정하고 나와야 했다

해 마다 봄 이맘때가 되면 내가 가꾸는 아파트 녹지 화단에 어떤 것을 새로 사다 심을까 궁리를 하고

둘이 같이 모란장을 가고 양재동을 몇번씩 가고 했었는데

올해는 아무꽃도 살 수가 없었다


같이 볼 사람도 없는데 꽃을 심어 무었하랴

꽃이 피면 예쁘게 피었다고, 오늘은 어떤 꽃이 피었고, 어떤게 새싹이 나왔다고,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으니,,

그도 꽃을 좋아 했지만 나는 정말이지 내 이쁜 자식과 손주들 다음으로 좋은게 꽃이고 자연이다

해마다 내가 꽃을 좋아 해서 사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할배에게 보여 주고 싶어 사왔던가 싶다


시간도 바쁘게 쪼개 쓰는 시간이 귀한 것이고

무엇이든 좋은 것은 같이 나누어 먹거나 같이 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을때 좋은 것인걸 

이제 곁에 아무도 없이 나혼자 되니 그걸 깨닫게 되었다

할배가 있을때 같이 먹어줘서 고맙다고, 같이 보아주어서 고맙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 해 주었으면 많이 좋아 했을 것을,,,

그걸 하나도 하지 못하고 이제 혼자 아쉬워 눈물 짓고 있는  바부탱이 할매,,,







올해도 꽃밭에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도 피었는데,,,ㅠㅠ

개나리도 진달래도 고향 부모님 유택이 계신 선산에서 할배와 같이 캐어다 심은 것인데

올해는 이걸 나혼자 눈물젖은 마음으로 바라본다,


어제 오후에 사위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추워져서 어찌 지내느냐고

사방에 꽃이 피었으니 울적하게 집에 있지 말고 꽃구경하러 다니라고

그 말을 듣고 그만 전화 하면서 울먹이고 말았다

꽃이 눈물이 되었는데 어떻게 꽃을 보러 갈수 있겠냐고,,


우리동네 탄천에  20년넘은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있어 지금 한참 아름답게 피었을텐데

그걸 보러 가는게 겁이 나서 못가겠다

이제 부터 나혼자 보아야 하는 그런 것 들이 눈물일테니,,,

같이 볼 사람이 없는 꽃이나 풍경은 아름다움이 아닌 것을,,,































그리 정성들여 가꾸지 않아도 해마다 예쁜 꽃을 피워주는 긴기아난도 양재동에서 할배와 같이 가서 사 왔던 것인데

올해도 거르지 않고 꽃을 피워 주고

49제 기간에 꽃망울이 맻혀서 할배 영정 사진이 집에 있을때 꽃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따뜻한 방으로 들여 놓았다 내어 놓았다를 반복하며 꽃을 피워 그래도 49제 끝나기전에 그의 영정앞에 꽃을 놓아줄수 있었고

이제 시들어 가는 중

사람이 운명하는 걸 보고나서는 꽃이 져 가는 것을 보는 것도 보는게 마음이 아파서 시들어 가는 송이를 그냥 다 잘라내 주었다













이 꽃도 모란장에서 같이 가서 사 왔던 '신월" 이라고 했던가,,








남들은 잡초라고 뽑아내는 제비꽃 하나도 꽃이 핀디고 가꾸던 것이고







꽃이 지고 빨간 열매가 열리면 맛나다고 따 먹던 산앵두



이맘때면 꽃나물로 뜯어다 먹었던 초롱꽃 새순과 당귀 새순


부지깽이나물, 겹삼립국화도 향기 있고 맛나는 나물거리였고



맏사위도 안주고 남편만 준다는 첫물부추

양념간장을 하면 맛난 달래도 소복히 올라오는데

올해는 아무 것도 나물로 반찬으로 먹을 수 없겠다,,,,

누구를 위해 저것들을 뜯어다 삶아 무쳐 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