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남편)이 없는 세상

남기고 간 것 들,,,떠난지 42일째

L일순 2018. 3. 11. 12:31


지난해 가을 사 준 점퍼인데,,몇 번 입지도 않은채로,,


무엇을 살려면 늘 가격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는데도

아픈 사람이라고 초췌해 보이지 않게

이천일아울렛에서 내 주머니 사정으론 넉넉하게  주고 샀던 옷

숨이 차다고 어디 많이 외출을 하지 않으니 입고 나갈일이 많지 않아

아직 새 것인데 이제 입을 사람이 없으니

이걸 버릴 수 있을지,,,,


지난번 보름 삭망 제수꺼리 장만 하려고 하나로 마트에 갔더니

울집 할배가 입으면 좋을만한 봄 점퍼를 착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입을 사람이 없는데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만저보고 살펴보고,,,


삭망 [];:  상중 있는 에서, 죽은 에게 매달 초하룻날 보름날 지내는 제사                                    


,,,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재던 혈압기



할배가 사용하던 컴퓨터


내가 컴퓨터 가지고 노는 것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복지관으로 배우러 다니고 해서

하나 사 주었는데

이상하게 뭘 했다 하면 엉켜 버려서 안된다고 징징 거리고

그것도 못하느냐고 나 한테 핀잔 듣고 하더니,,,




마지막 입원 했던 때에 보호자가 지참해야 했던 병동 출입증

이걸 받고 만 하루만에 숨을 거두어서

병원에 반납하고 나왔어야 할 것을 황망중에 목에 걸은채로 그냥 나와서는,,




가지 못한, 갈수 없던던 예약 진료일

가을 이후 아무래도 상태가 안좋아 지는 것 같아서

2월 14일 진료때 입원해서 몸 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이 달력도 넘기지 못하고





금붕어나 새 키우는 걸 좋아해서

5년 전 암 확진받고 바로 새도 사 주고 금붕어도 키우게 해 주었는데

새는 하도 시끄러워서 조금 키우다 없애고

금붕어는 이래 남겨둔채 떠나 갔다


저걸 어떻게 키우는 것인지

먹이는 하루에 몇번을 주어야 하는지

어항 청소는 언제쯤 해 주어야 하는지 하나도 가르쳐 주지도 않은채로,,


나는 이런 걸 키우는 것 별로라서 따뜻할때 개울에 가져다 놓아주려고 했었는데

할배가 남기고 간 것중에 유일하게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라

할배를 본 듯이 계속 잘 키워보고 싶다

잘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

저 녀석들이 생명을 다하고 움직임이 없어진다면 그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늘 쓰고 다니던 모자



수많은 날들도 남겨 놓고 갔다

올해 새로 사서 할배방에 걸어준 달력인데

저 날 들을 다 남겨두고

2018년 새 해

첫달도 다 못 채우고 떠나 가서는

이 달력을 치우지도 넘기지도 못하겠다

할배가 살았던 날들이 있는 것이기에,,,


49일동안

영정 사진과 위패를 놓아두고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하듯이 아침 저녁 밥을 지어 올렸는데

그것을 할 날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ㅠ


글을 올리면서 선택하게 되어 있는 주제에서

이글에 맞는 주제가 없어 "알상다반사" 했다만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날들이 평범한 일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