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14년 전 우리 딸 시집 보낼때 생각이 나서 ,,,

L일순 2012. 4. 11. 13:59

 

 

                                          둥근잎 꿩의비름

 

 

저는 아들 하나 딸 하나인데 딸이 공부만 계속 한다고 시집갈 생각을 안해서

시집 보내면 만세 부를 것 같았어요

 

대학을 세가지 학과를 편입해서 다니면서 편입공부 하느라고 

성수동에 있는 방통대 학습관에서 공부하다가

역시 서른셋이 되도록 공부만 하던 사위를 만났지요

딸은 서른넘어 결혼 하고도 학교를 일년 반을 더 다녔어요

시댁 어른들이 어쩌면 너하고 똑같은 사람을 골라 왔느냐고 했다네요

 

결혼식때 신부 대기실에서 비디오 촬영 하는 사람이

저보구 신부 옆에 앉아서 딸에게 하고 싶은 말 하라는데

상황이 눈물이 날법도 한 상황인데도 즐겁게 웃으면 얘기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예식 치루고 집에 오니 얼마나 홀가분 하고 좋은지,,,

 

그랬는데 신혼여행 다녀와서 하룻밤 자고 이바지 음식이랑 챙겨 보내고 나서부터 눈물샘이 터졌어요

밥 먹으면서도 텔레비젼 보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는 거있죠

빨래를 해 널어도 딸의 옷은 하나도 없는 것도 허전해서

두고간 티셔츠 같은 것을  공연히 세탁기 돌릴때마다 돌려서 널기도 했었구요

남편에게 안 들킬려고 꾹꾹 참으면서 고개를 푹숙이고 얘기도 나누지 못하면서 밥을 먹고,,

 

밤이되면 아파트밖에서 또각 또각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집앞 버스정류장에, 건널목에 나가 있기도 했었어요

버스에서 내릴 것 같고 건널목 저쪽에서 걸어올 것만 같았지요

올리가 없는데도 밤마다 나가서 한참씩 서있다 오기도 했었구요,,ㅎㅎ

 

하도 찔금거려져서 낮에 아무도 없을 때 딸 방에 가서

엉 엉 소리내서 울음을 토해내고 났더니 가슴 먹먹한게 조금 덜 해 지더라구요

그리고는 딸방에가서 생활하고 이불을 가져가서 거기서 자고 그랬어요

그러고 차차 나아 지더라구요

그때부터 옆지기와는 각방을 쓰기 시작 했지요

 

신혼 살림 차린곳이 화곡동 이었는데 집 앞에 전철역이 바로 있었어요

반찬해서 가져다 주고 올때는 쌀쌀맞은 딸은 전철역 앞에서 인사 하고는

싹 돌아서서 뒤도 안 돌아 보고 들어 가는데 

저는 전철역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딸이 돌아서 들어가면은

다시 올라와서 돌아서 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 짓고는 했었지요

 

우리딸도 저도 개성이 강해서 서로 부딛히기도 많이 부딛혀서

제 마음이 그렇게 될 줄은 짐작도 안했던 일이었어요

제가 겉으로 내색을 안해서 제마음이 이랬던 것을 우리 딸도 남편도 모를거예요

딸은 제 자식들 결혼시킬때나 내 마음을 짐작 할런지

그 때는 내가 이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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