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6월 하늘에 띄우는 글

L일순 2009. 6. 4. 21:39

 

 

노을

                          이근배

 

어디 계셔요

인공 때 집 떠나신 후

열 한 살 어린 제게

편지 한 장 주시고는

소식 끊긴 아버지

 

오랜 가뭄 끝에

붉은 강철 빠져나가는

서 녘 하늘은

콩깍지 동에 숨겨 놓은

아버지의 깃발 이어요

 

보내라 시던 옷과 구두

챙겨 드리지 못하고

왈칵 뒤바뀐 세상에서

오늘토록 저녁해만 바라고 서 있었어요

 

너무 늦은 이 답장

하늘 끝에다 쓰면

아버지

받아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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