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되신 홀로계신 친정 큰어머니를
72세 되신 사촌 오라버니가 뫼시고 살고 있는
아버지의 고향집엘 다녀왔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 가시고 나는 외가에서 자라
60년 넘는 세월 동안 열 번도 못 가본 것 같은,
내 할아버지 ,아버지가 태어나신 내 마음의 고향,,,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가슴이 먹먹 하고 금새 콧등이 시큰 거려 온다
아버지의 무남독녀인 내가 어린시절 할머니 뵈러 가면 할머니 연세에 마을 어르신들은
한결 같이 "하나 있는 자손이 아들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시 던
그 할머님들은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가시고
그 때 할머니 보다 더 연세 드신 큰엄마와 당숙모님만
막 잠 자고 섶에 올릴 때만 기다리는 누에 처럼 하얗게 늙어 가고 계신다
옛날 어른 치고는 단촐한 남매를 두신 백부님 내외분은
노년에 두분이 사셧었는데
큰아버지 세상 떠나신지 11년 째이고
큰아버지 돌아 가시고 바로 부터 오라버니가 서울에 가족들을 둔채
홀로 어머니 곁으로 내려가 뫼시고 산 것이 벌써 10년이 넘어 가고 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여주 산북면 송현리라는곳에,,,,,
그곳엔 대대로 고향 지키고 사시는
94세 되신 재당숙모님과 87세 되신 재당고모님이(아버지의 6촌 형수와 6촌 여 동생) 이웃 해서 살고 계신다
어르신들 살아 계실 때 찾아 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차일 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당고모님이 얼마전 세상 떠나시고 나니
당장 해야 할 일이라 여겨져서
열일을 제치고 남편과 같이 길을 나섰다.
큰어머니와 당숙모님은 움직이는게 젊은사람 처럼 쌩쌩하진 않으셔도
귀가 어두우신 것 빼고는 그럭 저럭 마을 길 산책 하시는 정도는 움직이고
큰소리로 얘기 하면 알아 들으시고
자주 뵙지도 못하는 조카딸을 큰소리로 이름을 말 하니 알아 보시고
사위도 같이 왔느냐고 챙기기까지 하신다
70 넘으신 오라버니가 하는 살림 살이라
밥 한끼 얻어 먹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점심은 집에서 먹고 가고
저녁 시간전에 돌아 오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나물 뜯어 가지고 들어와 보니
큰어머니는 당신 몸 움직이기도 힘든 분이 우리 먹인 다고 전기 밥솥에 밥을 안치셨다고 하신다
오라버니가, 밥을 한 솥 해 놓으셨으니 찬이 없어도 먹고 가겠느냐고 하는 것을
페 안 끼치겠다는 마음만 앞서서 급한 걸음으로 돌아 섰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 해 보니 노인이 계서서
같이 먹기 꺼려져서 그랬을 것으로 오해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냥 내가 차려서 먹고 올 걸 잘못 한 것 같다
교과서 적 일만치 고지식 하고 융통성 없는 나는
살아 가면서 나만 생각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 하는것에 늘 서툴 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