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기

코로나를 뚫고? 다녀온 장례식

L일순 2020. 9. 7. 10:03

내 부모님 만큼이나 가까웠던 분께서 세상 떠나시던 날

자식들의 염려를 접어두고 장례식에 가지 않을수 없었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뒤로 미룰 수 없는일이고

위험하다고 내 안위를 생각해 가지 않는다면 두고 두고 후회하게 될 일이기에

조심하라고 당부 하는 사위에게

다녀와서 내가 바이러스에 걸려도 가야할 일이다,,,하고 이틀을 다녀왔는데 잘 한 일인 것 같다

나는 77세나 되었으니 이제 그만 살아도 아쉬울 것 없고

집에 혼자 있으니 누구에게 전염시킬 위험도 없으니,,

그래도 내내 마스크 잘 착용하고 손소독제 자주 바르고 대중교통인 전철과 버스에서는

주방에서 쓰는 1회용 비닐 장갑을 사용했다

 

장례식엔 늘 남은 가족들의 애절함이 가슴을 울린다

지금 70세 이상이신 분들은 거의가 다 젊은 시절을 허리 휘도록 힘들게 일하며 자식들 키워 내느라 힘들었던

그 고생을 지금 젊은 이들은 상상도 못할 인내로 견디며 사셨던 분들

 

외숙모님이신 고인께서는 84세로 영면 하셨는데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는 아쉬운 이별이고

외숙부님을 일찍 떠나 보내시고 넉넉지 못한 살림에 어린 육남매를 키워 내시느라 많은 고생을 하셔서는

노년엔 건강이 망가지셔서 많이 고생 하셨던 듯

자손들도 부모에게 물려 받은 것 없이 지들 손으로 일구고 사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지 못했다는 마음이 있어   떠나 가시는  어머니에 대한 외사촌  형제들의 애끓는 마음이

너무도 절절해서 보는 이도 마음이 무거워졌고,,

 

나도 그분께 태산 만큼 크나큰 사랑을 받았는데 늘 더 오래 사시겠지

다음에 할 기회가 있겠지 하다가 이리 되어서 후회를 넘어

세상과 이웃과 소통하는 걸 잘 하지 못했던 내 삶의 방식이 통째로 잘못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

 

입관 모시는 것을 볼려고 아침 열 시쯤 도착해서 오후 세시까지 있는동안 문상객은 다섯 사람도 오지 않었고

장지에서도 그곳이 고향 동네인데도 열 사람도 오지 않았던 조용했던 장례식

2박 3일 장례기간동안 문상객 총 50명도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 었는데

자손들 마음에는 혹여나 떠나시는 분께 그도 불효가 될것으로 여겨 마음이 무겁지 않았을지,,

그래도 자손들이 육남매나 되니 식구들만 해도 북적였고

커다란 화환이 스므개가 넘에 놓여져 있어서  적막감이 조금은 덜하기도 했다

 

50일이 넘는 긴 장마와  하루 걸러 연이어 오는 태풍속에서

7월 보름 백중날에 영면하신 외숙모 님의 장례기간 동안 돌아 가시는 날에만 비가 오고

이튿날 부터 날이 개어 장례식 날은 더 없이 쾌청했고 삼우제까지 날이 좋았던 것도

열심히 살아오신 고인과 자손 모두 심성이 착해서 받은 복인 것 같다

어제 삼우제 지냈는데 밤부터 오늘까지 또 바람불고 비가 오고하니 

오늘도 어떤분이 마지막 가시는 날이기도 할텐데,,,하는 염려와 다행이 교차 하는 마음이고,,

 

 

고향 들녘은 이제 가을이 완연하고

 

 

 

50일이 넘는 긴 장마와 태풍을 겪었어도 고향 들판엔 벼들이 영글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벌써 누렇게 익어 가기도 했고

이른 벼들은 장마 기간 동안에 꽃이피고 결실기였는지 잘 영글지 못한 것도 많았고,,

 

 내가 태어나 자랐던 고향집이기도 하고

지금은  외숙모님의 집이 되어 있는 이곳은 이젠 옛날 내가 어릴때 뛰어 놀던 흔적은 찾을수도 없게 되어 있었고,

내 어릴때  뛰어 놀던 마당가와 골목 길,

그곳엔 내가 일곱살때 돌아 가신 내 아버지의 발자국도 찍혀 있었을 것인데,

이곳에 가면 오래전에 세상 떠나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 님 ,내 아버지,

그시절 모든 분들이 떠 올라 바라보고 있어도 가슴 저리게 그리운 곳이다

 

이제 외숙모 님 내외분도 떠나시고 외사촌 형제가 살고 있으니

그 분들의 대한 그리움도 보태 지겠지

 

장례식에 연 이틀을 다녀온 나는 스스로 자가 격리 중,

다녀가신 모든 분들 모두 다 무사하셔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