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섯던 그 큰 소나무 베어 지고 없구료
지팡이 던져 짚고 산기슭 돌아 서니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고향故鄕
한자로는 옛고가 아니고 '예고故"에 시골鄕
뜻글인 한자 글자대로 라면 오래된 시골 마을이란 뜻일까
그러나 사람들 모두에게 "고향"이란
내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 기쁘고 슬픈 추억들이 켜켜이 쌓인 곳을 말함일 것이다
졸졸 흐르는 도랑에도
길가에 돌멩이 하나에도
마을뒷산에 구부정한 늙은 나무하나에도
별것 아닌 사연들이 주저리 주저리 쌓인 곳
그런 곳이 고향이 아니던가
올해도 금초 하러 가서 고향 사진 한 컷 담아 왔지만
그야말로 산천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가 아니고
산천도 옛것이 아니고
인걸은 아니지만 옛사람도 간 곳 없는 곳인 내 고향
내가 태어나서 20여년 자란 곳
태어난지는 자그마치 75년이 넘었고
떠나 온지도 50년이 넘었으니
변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동네도
들판도
앞 뜰도
앞뜰에 논두렁 길도
그 옆에 맑은 물이 흐르던 또랑도
내가 태어나 자란 집도
동네 고샅 길도
모두 다 옛모습이 아닌데
그래도 마을을 감싸고 있는 뒷동산 만은 옛 그대로 있어서
그나마 그것으로 고향의 모습을 추억해 본다
이은상님에 시에서 처럼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 구려"
한 구절처럼
뒷동산에 울창한 나무들은 옛나무가 아닐지라도
그 뿌리에서
또 그 씨앗에서 자란 것일테니
동산에 흙과 나무는 분명 옛것이 맞는 것이겠지
마을 뒤로
낮고 작은 뒷동산엔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ㅎㅏ루 종일 볕이 드는 양지바른 마을엔
초가지붕 처마를 맛대고 옹기 종기 모여 있던 10여가구 정다웠던 이웃들
마을앞 구부러진 논둑길로 걸어 나오면
물 맛 좋은, 차고 맑은 물이 늘 넘치는 공동우물이 있었고
그 옆으론
저 윗쪽 산골에서부터 흘러 나와
언제나 졸 졸 졸 소리를 내며 앞 뜰 버덩에 냇물로 흘러가는 조붓한 또랑이 있었는데
마을 앞 논을 경지정리 하느라고
공동 우물도 논둑길도 없어져 버렸다
내 어린 시절 어느 봄 날
우물가로 오는 그 논둑길에 피어 있던 하얀 제비꽃을 따러 구부렸다가
논으로 글러 떨어져 빠졌던 추억이 있던 곳
얼개미와 세숫대야를 들고 미꾸라지, 꾸구리 잡던 또랑
가을이면 날마다 논둑길로 나가 메뚜기 잡던 곳
어느 것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곳 한 곳도 내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는 곳
해 저물도록 들판에서 뛰어 놀다
메뚜기 잡아 강아지풀 뀀지에 꿰어들고
집으로 들어올때면
집집마다 피어 오르던 저녁 연기 자욱하던 모습도
이젠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없는, 내 기억속에만 있는 풍경이 되었다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허전해 지는
가슴 아리게 그리운 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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