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가 떠난 후
메고 다니던 등산배낭에 있었던 이 것
휴대용 약 케이스인 이곳에 칸칸마다 접시꽃 씨앗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 받아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씨앗을 심어 꽃을 보고 싶었던 마음에서 였을텐데,,,
폐렴을 앓고 난 후
등산배낭을 메지 않은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동안
꽃을 좋아하는 내게 이 것을 내 놓지 않은 것은
또 핀잔들을까 해서 였을까
늘 가던 산에 다시 가게되면 그곳에 심고 싶어서 였을까,,
내가 가꾸는 아파트 화단에 모두 파종했다
할배가 보고 예쁘다 생각해서 받아온 씨앗일텐데
어떤 색의 꽃이 필지 궁금하지만
접시꽃은 파종하고 1년후에 꽃이 피는 식물이라
꽃을 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몇 알 남겨진 씨앗과 저 케이스는 버릴 수 없는 것중에 또 하나
외출할때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핸드폰도 여기에 넣고
전철 카드 등 다른 카드나 신분증이 들어 있는 지갑도 넣으라고
내가 사 주었던 작은 가방 크로스 백인데
할배 떠난 후에 보니
저래 헤어진 부분이 많았다
살아 있을때 봤으면 새 가방으로 사 주었을텐데,,
핸드폰 케이스도 손이 닿는 부분이 너덜 너덜 해져 있었고
내가 얼마나 무심했으면 저런 것을 보지 못했는지
나는 세상에 다시 없는 악처 였나 보다,,,ㅠㅠ
어디에서든 한 번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어릴때 이별한 엄마를 늘 그리워 했던 고인이 되신 정채봉 작가는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단 하루만이라도 이세상에 오신다면
엄마손을 잡고 동네 골목에 나가
엄마가 없다고 무시하고 주먹질 하던 아이들에게
나도 엄마가 있다고,,, 으시대보고 싶다고 했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는 할배를 어디에서든 한 번 만나서
미안하다고 정말로 정말로 미안하다고
모든 걸 내가 다 잘못했다고 말 하고 싶다
너무나 갑자기 이별을 하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떠나 보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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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가 살아 있을때는 모든 것을 할배가 잘못한다고 생각 했었는데
내가 할배한테 잘못하는 것은 할배가 먼저 잘못해서 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이세상에 없는 지금은 모든게 다 내 잘못으로 생각되니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달라질 줄
그 때 알았더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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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나 신발은 후줄근 해 진 것은 못입게 하고 떨어지지 않았어도 새 걸로 사 주곤 했었다
체중이 자꾸 줄어 모습도 보기 안좋아 지는데
입성이라도 깨끗하게 입고 다니라고 신경써서 해 준다고 했는데
그래서 아직도 새로 사 주고 한 번 도 입지 않은 옷들도 몇개 있는데
들고 다니는 소지품들은 낡아빠지도록 모르고 있었으니,,
가방도 내가 들고 다니고
핸드폰도 번호 그대로 내 이름으로 명의 변경을 해서
한달 6000원인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받아 그냥 가지고 있으면서
전화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이런 저런 것들을 뒤적여 본다
아주 가끔
이사람이 세상 떠난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해서는 ,,
어떤이들은 저런 것을 모두 다 버려야 빨리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다 버리라고 하지만
언제쯤이면 버려도 괜찮은 마음이 될지
지금 남아 있는 몇몇 그의 체취가 배인 것들은
지금은 버릴 수 없다
늘 권영준 이름으로 오던 이런 저런 것들이 이젠 내 이름으로 오는 것도 적응이 안된다
권영준이 아닌 ,,,내이름의 핸드폰 이용요금 고지서를 우편함에서 꺼내 들면서
또 가슴이 저린다
이세상에서
권영준이란 이름은 곳곳에서 다 지워지고 있는데
내 마음속에서도 지워질 날이 있을런지,,
보건소 원예치료 프로그램 다니면서 받아왔던 저 약병도 버릴 수 없는 것 중에 하나
정신머리 없는 할배는 저걸 받아 와서는 소화제라고 해서
몇 병 받아온 것중에
소화 안될때 내가 먹고 저것 하나 남았는데
약병에 씌어진 글자를 자세히 보니
삐콤씨라는 영양제 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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