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폭군 같은 세월~

L일순 2012. 9. 3. 12:00

 

세월이란 눔은 인정도 사정도 없다.
매몰찬  품성은 잘 벼른 칼과 같고
부지런 하기로는 따를자도 없다.
1초도 주춤거린 적이 없으니,

 

 

 

 

세월에 수레에 오르지  못하고 바퀴에 치여 비명 지르는 모든 것들을
못본채 눈 질끈 감고 앞으로만 달린다.

 

어제도 오늘도 ,,,,

 

뜨거운 여름햇살을 삿갓으로 가리우고
할아버지 품에 안겨 세상구경하던 백일도 안 된 어린 것을,

 

나물캐러 들판으로 달려간 이른 봄
나물 종다래끼 내던지고  동무들과 재잘대던 솜털 보송한 게집애를,

 

비오는 여름날 책보퉁이 허리에  매고
온몸을 빗속에 내던지며
오리길 하교길을 첨벙거리며 깔깔 거리던 천방지축을,

 

 

 

 

동구밖 미루나무에 매미소리 요란하던 뜨거운 여름 지나고
들판 가득 누른 물결 출렁이면

메뚜기 잡아 강아지풀 뀀지에 꿰어들고
저무는 들녘을 달려오던 단발머리 소녀를,

 

등잔불 심지 돋우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밤새워 읽으며
감동으로  가슴 두근거리며  밤을  새우던 여린 처녀를,

 

등 굽고 머리허연 모습으로 낮선 곳에 데려다 놓았다.

 

 

 

 

안아주시던 할아버지도,

 

나물캐던 동무도,

 

들판에 지천이던 메뚜기도,

 

모두 다 어디로 가고 ,

 

발바닥쳐럼 굳어진 감성에 베르테르의 감동은 덤덤해진,

 

나만 혼자 덩그러니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 곳은 어디일까?,

 

이 곳에 오고 싶어 한 적 없는데, 돌아갈 길도 찾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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