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45년 된 바가지

L일순 2010. 12. 5. 21:47

 

 

 

스물 한 살에 결혼한 내가 시집살이 3년 하고 새로 살림을 날 때

친정 외할머니께서 이쁜 바가지 한 쌍을<두 쪽> 주셨다.

박넝쿨은 덩굴로 벋어 나가는 것이라

새 살림 날 때 친정에서  쌀뜨는 바가지를 해주면  박넝쿨 벋어나가듯이

자손을 많이 퍼뜨리고 잘 산다고 해 주신 것이다.

 

박이 열리는 것이 공산품처럼 규격에 맞게 찍어내는 것이 아닌데도

할머니께서, 손바닥안에 올려놓고 귀히 기르신 외손녀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해서인가

모양새도 이쁘고

예전에 계량으로 사용했던 쌀 소두 한되가 딱 맞는 바가지가 열리고

할머니에 손길로  이쁘게 켜고 삶고 말려서 주신 바가지 한 쌍,,

 

한 쌍 두 쪽을 받았는데 한 쪽은 언제 어디로 갔는지 기억이 없고,,,

40년 넘는 세월동안 우리집 쌀 항아리 안에서 쌀을 퍼내 오며

금이 간 곳은 꿰매지고 붙여지고

손때가 켜켜이 묻은 이런 모습이 되었네,,

 

그러려니하고 40여년을 사용해 왔는데

문득 더러워 보여서 물에 푹 불려  깨질세라 조심 조심 겹겹이 바른 것을 벗겨내고

켜켜이 묻은 세월의 때를 벗겨내어 깨끗이 닦아  햇볓에 바짝  말리고,,,,,

 

벌레에 파 먹히고 금이 가서 꿰매어지고 한 쪽 귀퉁이는 조각조각 갈라져

40여년 세월의 흔적이 처참하다고 해야 하나,,

출토 문화재 같은 모습이네,,,,

 

이쁜 그릇도 많은 요즘인데

쌀 떠내는 그릇 쯤이야 얼마든지 하나 새로 마련하여도 되겠지만

손녀딸을 끔직이도 아끼셨던 할머니의 손길과 마음이 깃든 것을

버려서도 망가뜨려 안 될 일이지,,,

 

여름 햇볕에 바짝 말리고 조각을 조심스레 맞추고 새 광목으로 풀칠 하여

여러겹으로 다시 붙이고 말리고 하니 ,,,,

다시 탄탄한 모습으로 재 탄생,,,

 

앞으로 50년은 더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우리는 흰쌀로만 밥을 하지 않고 5분도나 현미를 섞고

붉은찹쌀,,검정쌀은 밥에 물드는게 싫어서,,,,,

보리쌀 좁쌀등 잡곡을 많이 섞어서 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