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때도 꽃을 좋아 했었던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때부터,,,,,,,,,
할머니께서 울안에 있는 채마밭 한켠을 내 꽃밭으로 남겨주시면
그곳을 호미로 파서 갈아엎고 가을에 받아 갈무리해 두었던 꽃씨를 뿌리고
새싹이 자라서 옮겨 심고 하는 것도 모두 나혼자 다 했었다.
어린싻이 모종할만치 자라고 비가 오는 날이면
이웃 사람들이 꽃모종을 나누어 달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내가 키우는 꽃밭이니
내가 학교에서 온 후에 나한테 말하고 가져가라고 하시곤 하셨다
나는 어린 아이이고 할머니는 어른이시니
못자리 같이 자라는 많은 모종들을 할머니가 보아서 솎아내어도 되련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작은일 하나라도 내가 내마음대로 하도록 하시곤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내가 떼를 많이 부려서 못 건드리셨는지,,,,ㅎ
그때는 지금처럼 꽃이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았었고
백일홍 과꽃 맨드라미 긍송화 분꽃 채송화 코스모스 정도였는데
키가 큰 코스모스 백일홍은 뒷줄에 심고
다음에는 과꽃 분꽃 봉숭아 를 심고 맨 앞줄에 채송화를 심고
금송화는 독특한 냄새가 나서 뱀을 쫒는 것이라고
장동대 옆에 심었다.
여름이 되어 봉숭아꽃이 피면 손톱에 꽃물 들이는 것도 나 혼자 했다
나는 엄마와 떨어져서 할아버지 할머니 세식구가 살았는데
두 분 께서는 물자가 귀하던 6.25직후 어려운 시절이었는데도
내가 원하는 것은 억지가 아니면 거의 다 들어주시고 귀하게 기르셨는데도
그런것은 내가 청하지 않아서 였는지 혼자 하도록 놔 두셨다
할아버지께서 한의원을 하셔서 백반이 약재로 있었는데도
백반을 넣어서 봉숭아물 들이는 것은 모르고
소금과 시큼한 맛이 나는 괭이밥을 뜯어다 넣고,시들려서 찧을줄도 모르고
꽃잎을 따서 바로 넙데데한 돌팍에 기름한 돌맹이를 줏어들고 찧으면
물이 많이 생기고는 했었다.
저녁밥을 먹은후에 넓직한 아주까리 잎을 따다가 잘라서
봉숭아꽃 찧은 것을 손톱에 올려놓고 아주까리 잎으로 싸매고 바느질 실로 동여 매었지,,
그러고는 그것이 벗겨저 나갈까봐 조심하면서 잠자는 그 밤에는 꿈도 많이 꾸었었지,,
손가락에 동여맨 것이 벗겨저 나가고 없는 꿈,,,
풀어봤더니 물이 잘 안 들었던 꿈,,,,
그런 저런 꿈으로 밤을 지새고 아침에 눈을 떠서 손을 들어 보면
어떤때는 아주까리 잎이 터져서 봉숭아 찧어 붙인것이 다 말라 있기도 하고
봉숭아 찧은 것 손톱에 붙힌것이 돌아가서 옆에가 있기도 하고,,,
고운색으로 물들어 있기를 기대하며 풀어보면
보일듯 말듯하게 연분홍색으로 겨우 물이 들어 있어서
늘 실망 하고는 했었지,,,
이웃집에 사는 두살 아래 아이는
엄마 아버지가 서울로 돈 벌러 가고 할머니랑 작은엄마랑 살았는데
그집에는 빨갛고 커다란 꽃송이가 피는 주먹봉숭아가 여러그루 있었고
젊은 작은 엄마가 잘 들여 주어서
늘 검뿕은 다홍색으로 선명하게 잘 들여진 그애의 손가락을 보면서 부러워 하기도 했었고,,,
그런 아쉬운 추억때문인지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봉숭아물 들이는 것을 좋아하고
내 딸과 손녀들에게도 자주 들여 준다
내 딸이 중학교때는 그 애에 손톱에 물들여준 봉숭아 물때문에
내가 학교에 불려 가기도 했었다
이것은 메니큐어 하고는 다르다,전통 민속놀이 같은 것이라고 얘기해도
선생님께서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씀 하셔서 답답 하기도 했었지..
교복을 입던 시절이었으니,,,,
지금은 곱게 찧어서 냉동을 해 놓으면 사철 들일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올해 처음 발톱에도 들여 보았는데 손톱보다 더 곱게 들었네
나는 이쁘게 내몸을 가꾸는 것을 할 줄 몰라서
파마도 화장도 안 하고 사는데
봉숭아 꽃물 들이는 것이 내 몸에 해주는 유일한 사치이다
어떤 젊은 엄마가 자기딸에게 들여주면서 놀러온 이웃집 외국아이에게도 들여주었더니
처음에는 그 외국부모가 와서 지워내라고 야단을 떨고 갔는데
나중에 손톱이 자라면서 눈섭달처럼 하얗게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와서 화를 냈던 것을 사과하고 감탄을 하더란다,,,
사진 배경으로 쓰인 십자수 꽃은
내가 시집올 때 해 가지고 온 광목으로 만든 방석 커버에 수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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