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예전에 할머니가 해 주셨던 쑥떡이 먹고 싶다,,

L일순 2011. 2. 8. 17:17

 

사진은 자주 가는 카폐에서 빌려온 것임

 

내가 살던 경기도 남쪽 지방에서는  설이면 힌떡과 같이 꼭 쑥떡도 했었다.
어린 시절이라 어떻게 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는데 아련한 기억으로는
초여름에 쑥을 뜯어다 삶아 말려 두었다가 그것을 비벼서
쑥으로 뜸을 뜰때 사용하는 것처럼 보드럽게 만들어서 쌀과 섞어 떡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때는 떡꾹 끓여먹는 흰떡도 지금처럼 가루로 빻아서 하질 않고
시루에 술밥처럼 쌀을 쪄내서 그것이 식기전에 떡을 뽑아야 했다

읍내 방아간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동네에서 벼를 찧어서 쌀을 만드는 정미소에서
떡이 나오는 곳에 부속을 갈아끼고 흰떡을 해 주었다


쌀을 찧는 정미소이니 한 두 사람씩 떡을 빼 줄수는 없으니까
온 동네가 한꺼번에 떡 하는 날을 잡아서 해야 했는데
쑥떡은 쑥이 들어가서 다른집에 흰떡에 쑥이 섞이면 안되니까 흰떡을 다 한 다음에
나중에 몰아서 했는데

그 때는 모두 양식이 귀한 때이라 쌀로만 하지않고 좁쌀로도 했었다.

 

방아간에서 뽑아온 것을 손바닥보다 작게 납작 하게 빚어서 콩가루를 묻혀 광에다 넣어두고
먹고 싶을때 꺼내다가 화로불에 석쇠를 얹고 구우면 뽕글 뽕글 부풀어 오르면서 노릇 노릇 구워지면
조청을 찍어 먹었지,,
떡이 구워지는 구수한 냄새도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것 같고,,

거의 60여년이 지난 일인데도 어제 일인양 눈에 선히 떠 오르고
이번 설에는 그 쑥떡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몸살을 앓기도 했다.

 

할머니기 해 주시던 음식중에 잊혀지지 않고 먹고 싶은 것 또 한가지가 배추 죽이다
.

6.25전쟁때 집집마다 방공호를 하나씩 피 놓고 비행기가 뜨면 그리 대피하곤 했었는데
전쟁이 지나고 대피소로 사용했던 방공호는 농산물 저장고로 사용 했었지.
가을 김장이 끝나면 무는 땅에다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가 겨울에 꺼내 먹었고
배추와 대파는 방공호에다 보관했었다
.

방공호 천장 서까래에다 배추꼬랑지에 끈을 묶어서 매달아 놓았다가
푸성귀 구경하기 어려운 깊은 겨울에 꺼내서 생절이도 해 먹고 배추 된장국도 끓여먹고
배추 죽도 쑤어 먹고 했는데 할머니가 끓여 주셨던 배추죽은 별미중에 별미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이 먹고 싶어서 할머니 계실때 여쭈어 보고 내가 만들어 봣는데
예전 맛이 하나도 안 났다
할머니께서는 방공호 안에서 노랗게 고갱이 배추가 된 생배추를 꺼내다 씻어서
뚝뚝 뜯어넣고 들기름에 슬쩍 볶다가 된장을 엻게 풀어놓고 한거라고 하셨는데
배추죽을 쑤는 날이면 나는 너무 맛있어서 배가 터지도록 먹어대서
할머니께선 늘 소나가 음식을 먹는다고 하시곤 했었는데,,,

 

그 시절엔 모두가 어려웠던 때라 죽으로 연명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나 세식구만 살아서 먹는 것은 그리 걱정하지 않고 살았는데
할머니께서는 저녁이면 가끔 무를 삦어넣고 끓이는 무죽이나 콩마물죽 배추죽을 해 주셧는데
그 중에서 배추죽이 정말 맛있었고 날마다 이것을 해 먹자고 조르기도 했었지,,


이제는 할머니 돌아 가신지 벌써 몇 십년이 되었고 어디 가서도 먹어 볼 수 없는
할머니의 배추죽과 쑥떡이 너무나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