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남편)이 없는 세상

하늘로 보내는 편지,,,벌써 여섯달이 지났습니다,,

L일순 2018. 7. 28. 09:00



어제인양 싶은데

벌써 여섯달이 지났습니다

1월 28일

그 날 이후

나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미망인未亡人 은 존칭이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라지요

나는 죄인이니 이런 말을 들어도 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이 있을땐 그게 잘못하는 것인줄 몰랐습니다

모두 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내가 그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떠나고 보니 모든게 내 잘못이었습니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지간이 만나는 것이라 하지요

이생에서 그걸 잘 풀어내야 다음에 다시 만나지 않는다지요

다음 생이 또 주어지고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아주 착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한쪽이 아무리 잘못해도 그걸 다 감싸줄 수 있을만치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지금 생에서 잘못한 것들을 씻을 수 있을테니요


요즈음 내 삶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별死別 이라는게 이런 것인줄 예전에 짐작이라도 했더라면

내 잘못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텐대요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나요?

어느곳에서든 나를 바라보고 있나요?


떠난 사람을 가족이 잊지 못해 애 닯아 하면 영혼이 훌훌 떠나지 못한다는데

나는 아직 잊혀지질 않습니다


보건소 원예치료 프로그램 활동 하면서 만들어 왔던 작품들

얼마든지 또 만들어 올 줄 알고

집에는 놓아둘데도 없다고 가벼이 딸네집에 보냈던 것들

그게 마지막일줄 알았다면

내가 간직하고 있었을 것을,


멋진 테이블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둘 것을

베란다 바닥에 놓고 아무렇게나 찍어 놓았던 사진이 아쉽지만

지금은 이 사진만 남았습니다

바라볼 수록 그때 생각으로  가슴이 저립니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늘 떨리는 손으로

이래 예쁘게 만드느라고 아마도 많이  공을 들였을 것 같습니다

집에 들고 와서

아이처럼 맑게 웃으며 자랑하던 그모습으로

지금도 문에 곧 들어설 것 같아 적막한 현관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딸 집에는 그릇만 남아 있던걸

그것이라도 아쉬워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이것은 꽃이 피었던 식물은 없어지고

ㄴㅓ울 너울한 초록 잎을 가진 것은 아직도 살아 있더이다

들고 왔던 그 바구니에 그대로,,

예쁘게 장식했던 레이스 리본은 누렇게 바래 있었지만

그곳에서 다시 보게 되니 반갑고 소중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늘 아끼고 흐뭇하게 바라보던 금붕어도 잘 놀고 있습니다


ㄴㅏ는 저런 것 키우는 것을 좋아 하지 않아서

처음엔 내가 키울 마음이 없었습니다

개울물에라도 놓아주고 싶었는데 겨울에 물이 차서 봄에 따뜻해 지면 내 보낼려고 했었는데

그냥 두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이젠 저 녀석들 없으면 많이 허전할 것 같아 자주 들여다 보며 공들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으냐고 대답 없는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눕니다

남기고 간 것중에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저녀석들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습니다

저 녀석들이 있어서  주인 없어진 빈방이  온기가 느껴지고는 합니다

오래 오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겟습니다




얼마쯤 담담해 졌나 했었는데

다른 일들에 가리워져 있었을 뿐

지워지진 않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누가 도와즐일도 아니고


누가 덜어 갈 일도 아니고

오직 나혼자 감당해 내야 할 일인 걸 알았습니다





일을 하기 싫으면서도 무슨 일이든 하고 있어야 편안 합니다


같이 있을때 나혼자 외출하고 산에 가고 사진찍으러 가고 하는게 홀가분하고 편안했는데

이젠 혼자 가는 산행이 두렵습니다

같이 갈 이가 없어서 혼자 가는 산행은 너무도 외롭습니다

산에 다니고 아름 다운 것 사진 찍으러 가는게

치료가 되고 위안이 될 거 라고 생각 했었는데

그런것이 너무 외로워 혼자 나서는게 두려워 집니다


같이 갔던 곳은 같이 했던 추억때문에,

같이 가지 않았던 곳은 가지 못한 후회때문에 ,,편하고 즐거운 곳이 없습니다

돌아 보니 주변 산이나 공원이나 아름 다운 곳은 같이 다녔던  곳이 많기도 합니다

나혼자 저벅 저벅 걸으며 여기쯤 같이 앉아 있었는데

저 만치 앞서 걸어 가고 있었는데,,,








난해 이맘때 이 화초를 구입해 오던때가 생각납니다

늘 꽃을 자꾸 사온다고 한마디씩 들었는지라 긴 설명을 늘어 놓았었지요

그때는 이꽃이 피어나는 것을 나혼자 보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자요

꽃망울이 통통하게 차오르는 것과 함께

내 슬품도 차 올랏습니다

같이 보아줄 이가 없는 것을 혼자 바라보는 것은 기쁨이 아니고 슬픔인 걸

예전에 알았더라면,,






權寧準 이름이 새겨진 이 상아 도장은 반대쪽에 내 이름을 새겨 내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쪽이 이렇게 둥글엇던것을 반들하게 갈아서

양쪽이 똑같게 만들고






그 곳에 내 이름을 새겼습니다

한쪽엔 할배이름을 그대로 두고,,




할배가 끼던 반지

내 손에는 엄지 손가락에도 빙 빙 돌아 갑니다

아직 두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기발로 걸어서 병원에 간지 이틀만에 급격하게 닥친 이별에

잘 가라는 말도

고마웠다는 말도

고생했다는 말도

아무런 인사도 하지 못해 참으로 미안 합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채

까무러지는 정신을 붙들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다 했을까요

떠나 가는 거라고 차마 이야기 해 주지 못한 것이 가슴에 응어리져 맺혀 있습니다


예전처럼 탈없이 고쳐서 나올 줄 알고 면도기까지 챙겨갔던 할배 였는데,,

입원실로 올라가니

이젠 고쳐 주겠거니 안심을 했는지

아주 밝은 목소리로,,,죽 먹자,,,,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환자나 나는  입원실에 누워 안심을 했지만

병원에선  서둘러 임종실을 마련한 것인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한 번 눈을 감으면 다시 뜨지 못할 것을

그날 나는 힘들다고 눈감고 쉬고 있으라고 했었지요

참으로 바부탱이 할매

어리석기 짝이 없는 보호자를 만나서 안해도 될 고생을 더 하게 한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픕니다

미안하고,,,미안하고,, 또,,,미안 합니다



작은 도리뱅뱅이 이 그릇은 둘의 밥 그릇이었지요

카레나 찌개를 떠서 비벼 먹기 좋아 사용 했던 밥그릇

할배 떠나고 이것을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편하게 바라보는 것도 하지 못해 애써 외면 하고는 합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하고 울립니다

둘이 똑같은 은수저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보기 힘들어 할배 것을 안보이는 곳에 들여 놓고 내 것만 수저통에 두었는데도

혼자 남은 후에 한번도 저 수저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수저통에 할배 것과 같이 있는 것도 내 것만 있는 것도 보기 힘들어

사용하지도 않는 다른 것들을 여러개 같이 두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담담한  마음이 될런지,,,

,,,,,,,,,,,,,,,,,,,,,,,,,,,,,,,,,,,,,,,,,,,,,,,


김치 볶음밥을 반으로 갈라 한그릇에서 같이 먹던 많은 날 들

문서함을 뒤적거리다 찾은 이 사진 한 장 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