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가래떡을 썰며 옛시절이 그리워 눈물 짓다,,

L일순 2015. 1. 22. 10:00

 

참으로 오랫만에 가래떡을 썰어본다

도시에 살면서 떡국떡은 대형마트에서 썰어 놓은 것만 사다 먹었었는데

암환자 가족이 있어서 떡국떡도 흰쌀로 하지않고 현미 가래떡으로 해 왔다

내가 20대 초반에 도시로 나와 살았으니 가래떡을 썰어보는 것이 거의 50여년 만이다

 

떡을 썰면서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께서 한약 써는 작두로 떡을 썰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히 떠오른다

외할아버지께서는  고향 동네에서 한의원을 하셨었는데 설에 할머니께서 힘들게 떡을 써는 것을 보시면

꼭 약써는 작두로 썰어 주셨었지

돌아 가시던 해에 아프실 때에도,,

 

 

 

 

지금 72세가 되는 내가 어렸을 적 고향 마을에는 여인들은 물론이고 남자 어른들도 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다

한의원을 하시니 할아버지께서는 근동에서 몇 안되는 한자까지 아는 분이 셨고

50대 후반이셨던 그때도 동네 이장 볼 사람이 없다고 억지로 맏겨져서 이장일을 보고 계셨었는데

그때 열세살이었던 내게 날짜도 잊혀지지 않는  섣달 열여드레 날, (1218)

할아버지께서는 년말 이장회합이 있다고 면소재지에 가셨는데 추운 겨울 해가 저물어도 오시지 않아서

할머니와 내가 종다람으로,, (면소재지에서 오는 길),,마중을 나갔었지

 

그해도 겨울이 추워서 눈이 왔다 녹으면서 얼어붙어 얼음판이 된 길을 신작로 가까이 갔을때

어둑한 저쪽에서 진회색 기지 두루마기에 모자를 쓰시고 목도리속에 움추리신 모습으로 할아버지께서 걸어 오고 계셨다

멀리서 뵈어도 편찮으신게 역력한 모습으로 ,,

모임에서 점심을 드시다 갑자기 체한듯이 배가 아파 음식점에서  그때까지 누우셨다 오시는거라고

그때는 전화도 택시도 없던 시절이니 춥고 미끄러운 그길을 편찮으신 몸으로 걸어서 오실수 밖에,,

 

할아버지께서는 그길로 들어 누으셔서 일어나시지 못하고  꼭 두달만인 다음해 이월 열 이렛날 영영 돌아오지 못하실 길로 가시고 말았다

그때 할아버지 연세 쉰 여덟이셨는데,,

우리 이모부께서 암이라는 걸 처음 들어보았다고 하셨던 할아버지 병명은 간암이셨다

 

 

 

 

할아버지께서 들어누워 일어나지 못하시니 명절음식도 마련하지 못하고 설차레도 지내지 못했으나

그해 섣달 그뭄에도 떡국떡은 했었지

할머니께서 떡을 썰려고 하시니 누워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아프신 중에도 일어나시어  한약써는 작두를 꺼내 그 떡을 다 썰어 주셨지,,

 

72세 되는 내가 열세살 때이니 거의 60년이 되어가는 세월인데 나는 지금도 그때 모습이 어제 일인듯 떠 오른다

 

추운  바람이 부는 섣달 어느 날 어둑한 저녁무렵, 아침에 성성히 집을 나서셨던 할아버지께서

초최하신 모습으로 미끄러운 산길을 저벅 저벅 내려오시던 모습도,,

쇠잔하신 모습으로 이불을 걷고 일어나셔서 작두로 떡을 썰어주시던 모습도 ,

설날 인데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불을 쓰고 누워계셨던 모습도 ,,선연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나 , 세식구 살던 집안에 기둥이신 할아버지께서 편찮아 누우셨으니

할머니께서도 기운을 잃으시고 누워 계셨었지,,

 

한의원을 하셨으니 내 병은 내가 안다고 고치지 못한다고 하셨던 할아버지를

이천 도립병원에 모셨다가 별 치료도 없이 교자를 타고 돌아오시던 수척하신 모습도,

 

그때는 교통수단이 좋지 않아서 40리되는  비포장 길을 덜컹 거리며 가는 버스에 환자인 할아버지를 태울 수 없다고

오리나 되는 길을 왕복 교자로 모셔  수여선 기차를 타고 병원을 가고 오고 하셧는데

진통제도 없었을 1950년대에 지독히도 아프다는 암 통증을 어찌 견디셨을지,, 

 

내 아버지는 내가 일곱 살 때 6.25전쟁중에 영영 이별을 했으니 아버지와 겨우 철모르던 7년밖에 보내지 않아

아버지의 대한 추억보다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더 많다

내가 열네살이 되기까지 외할아버지 할머니께 받은 지극하고도 넘치는 사랑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평생 다른이로 부터  받을 것을 그 14년 동안에 다 받은 듯 하다

세월이 자그마치 60년 가까이 흐른,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제인양 애닯아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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