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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슬픔처럼 달고,,,,,,,최 춘 희

L일순 2009. 9. 2. 15:07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최   춘   희 

 

 

 

    흙먼지 정겨운 산길 들어서면

   세월을 비껴 선 작은 마을이 있지요

   검푸름 물이끼 미끈거리는 실개천따라

   꽃잎들 지천으로 떠내려 와 숨 고르는 거기

   사람은 없고 빈집만 남아 하루 종일

   햇빛과 바람 숨바꼭질하고

   앵두꽃 하염없이 꽃피우고 서서

   제 그림자 지우지요

 

   흰 눈같이 눈부신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봄날 향기에 취해 저물고 있지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 옛날 꽃그늘 밑에서

   누군가 말했지요

   봄날은 짧고 사랑은 꿈처럼 지나간다고

   그대가 심어 논 앵두나무에 꽃은 피고 지고

   생채기진 자리마다 아픈 기억들

   붉게 멍울 져 매달리지요

   그래도, 누구나 한번쯤 세상에 한 그루밖에 없는

   그런 꽃나무 갖고 싶지요

   앵두꽃이

   지뢰처럼 매복된 그곳에서

   철없는 아이처럼 세상모르고 서성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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