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최 춘 희
흙먼지 정겨운 산길 들어서면
세월을 비껴 선 작은 마을이 있지요
검푸름 물이끼 미끈거리는 실개천따라
꽃잎들 지천으로 떠내려 와 숨 고르는 거기
사람은 없고 빈집만 남아 하루 종일
햇빛과 바람 숨바꼭질하고
앵두꽃 하염없이 꽃피우고 서서
제 그림자 지우지요
흰 눈같이 눈부신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봄날 향기에 취해 저물고 있지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 옛날 꽃그늘 밑에서
누군가 말했지요
봄날은 짧고 사랑은 꿈처럼 지나간다고
그대가 심어 논 앵두나무에 꽃은 피고 지고
생채기진 자리마다 아픈 기억들
붉게 멍울 져 매달리지요
그래도, 누구나 한번쯤 세상에 한 그루밖에 없는
그런 꽃나무 갖고 싶지요
앵두꽃이
지뢰처럼 매복된 그곳에서
철없는 아이처럼 세상모르고 서성대지요.
[출처] 오늘의 좋은 시, 최춘희의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작성자 시지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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