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일상

올해부터 추석을 명절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

L일순 2016. 9. 9. 10:40


나는 내가  힘들어서 이번 추석서부터 추석은 명절로 하지 않기로 선언

그래도 찾아오면 도망갈 것이라 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딸이고 아들이고 자주 보고 살고

먹는 것도 날마다 잘 먹는데 굳이 물가 비싼 명절에 음식만들어 가족들이 모일 이유 없다고 생각 해서는,,


제사를 모셔야 하는 것도 아니니,,





무지 막지한  더위를 지나 오면서도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

지난주 부터 시장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을 모르고 올라가고

올해는 특히 야채가 많이 올라

얼갈이 배추와 통배추는 감히 집어들지도 못하게 가격이 올랐다


우리는 옆지기가 셋째 아들이라 제일 큰 형님 댁에서 시부모님 제사를 뫼시는데

조카들도 이제 60줄에 들어서니 조카며느리들도 힘들어서

몇해전부터 설 추석 명절 차례에 가지 않는다


올해는 여름이 하도 더워서 힘이 들어서는 추석을 지내지 않고 싶어 졌는데

생각해 보니 우린 딱히 추석을 명절로 보내야할 합당한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형식적인것이나, 체면치레, 남에게 보여주기식,  이런 것을 싫어하고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지향하는 성격이라서

자식들  결혼하기 전에는 어김없이 물가가 오르는 명절에 별다른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

명절 전이나 후에 만들어 먹으면 되고

또 예전 보다는 늘 잘 먹고 사는데 굳이 물가 비싼 명절에 나도 덩달이로

물가 올리는데 일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 해서 였다


울집에 유일한 명절 손님인 하나 있는 딸 식구 다섯명

큰넘은 고2,

둘째는 중2,

셋째는 초등 4

김포에 있는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설이나 추석 저녁에 울집에 와서 자고 간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명절 뒤에 휴일이 있으면 이틀 밤도 자고 갔었다

딸은 시집에서 힘들었다고 쉬고 싶어 하고 설거지만 하고

내가 다 해야 하는데

그래도 명절이라 평소와 달리 솥다른 음식을 해야 하니

다섯식구 하루나 이틀 먹는 것 마련 하는 것도 노력도 들지만 비용도 수월찮이 들어 간다


한끼 먹고 가는 것도 아니고 묵어 가야 하니

몇 끼니 먹을 식비가 적어도 20만원 이상

많으면 40~ 50만원 들어가기도 한다


고기도 생선도 과일도 귀하던 시절인 예전엔

 송편 하나만 빚어도 그게 큰 호사였고 맛난 음식이었는데

요즘 애들은 떡도 잘 안 먹고 그런 것이 시장에 늘 있으니

 늘 옛날 명절이나 생일보다 휠씬 잘 먹으니

명절 음식이라고 만들어도 특별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울집은 작은 방 두개인 소형 아파트이니 집이 좁아서

딸네 다섯식구 오면 애들  어려서는 한방에 자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모두 덩치 크게 자라서 잠자리도 불편하고


요즘 젊은이 같지 않게 예의 범절이 남다른 사위는

밥을 먹을때도 꼭 나까지 밥상에 앉아 수저를 들어야 저도 수저를 드는 성격이라서

편하게 지내라 해도 좁은 집에 와서 하릇밤 자고 가는게 벌을 서다 가는 것 같아 안되었고

나는 늙은이가  밥 몇끼니 해 먹이는 것도 점 점 힘들어지고


 외손주 손녀들도 어려서는 울집 오는 것 엄청 좋아 하고 오면 가려 하지 않고 했었는데

이제는 청소년이 되어서 할머니 집에 오는 것보다

핸드폰과 친구를 더 좋아 하게 되었고

예전처럼 멀리 떨어져 살아 명절이나 되어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늘 가까이 보고 지내고


 우리가 추석 명절을 지내야 한다는게

오는 사람에게도 집에 있는 나에게도 힘들기만 할뿐이고

남이 하니까, 예전부터 내려왔으니까 그냥 따라 하는 허레 허식 같이 생각 되었다


딸과 사위에게  추석 안지낸다고 이야기 하고

그래도 굳이 찾아 온다면 추석에 어디가서 며칠 있다 올 것이다

이제 나도 힘들어서 못하겠으니 편히 지내게 해 달라고

강력하게 이야기 했는데 , 어떻게 받아 드릴지,,